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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우리는 왜 영상을 생략하고, 나중에 AI에게 부탁할까

류필름
류필름
07.29 09:28 · 조회 249

요즘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AI 작업 중 하나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사진을 움직이게 하는 일입니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흑백 사진이 눈을 깜빡이고, 젊은 시절의 부모님이 카메라를 향해 조용히 미소 짓습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신랑 신부는 웨딩 촬영에서 건진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골라, 그 안의 자신들을 다시 뛰게 만듭니다. 몇 초짜리 영상 하나에 사람들은 울고, 저장하고, 가족 단톡방에 공유합니다.

왜 사람들은 굳이 사진을 움직이게 만들까요?

사진은 순간을 멈추는 기술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멈춤을 사랑하죠. 액자에 넣고, 지갑에 넣고, 프로필에 겁니다.

하지만 오래된 사진을 바라보다 보면 또 다른 욕구가 생깁니다. 멈춘 표정이 아니라, 그 표정이 놓여 있던 시간을 다시 마주하고 싶다는 욕구요.

어머니가 웃기 직전에 어깨를 살짝 들썩이던 버릇. 아버지가 말끝을 흐리던 그 특유의 억양. 사진기사가 "웃으세요" 하기 전, 두 사람이 먼저 마주 보고 웃던 반 박자.

사진에는 그게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AI에게 부탁하는 겁니다. "이 사람을 조금만 움직이게 해줘"라고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열망과 달리, 본식 촬영쪽에서는 다른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웨딩 촬영 작가, 감독님들과 이야기 할 일이 가끔 있는데요. 자주 나오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요즘은 본식영상을 찾으시는 신랑 신부님이 많이 없다.

처음엔 그냥 경기가 어렵다는 얘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곱씹어보니 좀 이상하더군요. 한쪽에서는 사진을 움직이게 하려고 AI까지 동원하는데, 정작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혼식을 영상으로 남기겠다는 신랑 신부님들은 줄고 있다는 말이니까요.

이 지점을 저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찾아봤습니다.

숫자를 보니 짐작이 가더군요

아래는 구글 트렌드에서 검색한 결과이고, 최근 5년전 한국 기준 평균 관심도입니다. (아이폰 스냅, 본식스냅, 본식영상 기준)

평균 관심도

구글 트렌드 기준 · 한국 · 지난 5년

1아이폰스냅
24
2본식스냅
20
3본식DVD,본식영상
2
상대 관심도(최고=100) · 구글 트렌드 기준

스냅이 20에서 24를 오가는 동안, 영상은 2입니다. 대략 10분의 1밖에 안되는 수치입니다.

10팀의 예식이 있다면, 그 중에 1팀만 영상을 찾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본식 영상으로는 1/10도 안되는 검색량이 보입니다. 다만 본식DVD로 검색하는 분들은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보이나, 절반에 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확인됩니다.

검색 트렌드 차트 · 네이버 기준
검색 트렌드 비교
010203040
2025.072026.012026.06
네이버 검색량 주간 평균 · 2025.07~2026.06 · 버튼을 눌러 항목 on/off · 호버 시 수치 확인

물론 이 숫자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검색량이 곧 계약 건수는 아니고, 업체 이름을 직접 검색하는 분들은 여기 안 잡힙니다. 감안해서 봐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해 보입니다. 사진은 필수고, 영상은 옵션입니다. 예산표에서 가장 먼저 지워지는 줄이기도 하고요.

결국 많은 신랑 신부님들께서 결혼식 날에는 영상을 뺍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 지금처럼 그날 찍은 사진을 AI에 넣어 움직이게 만들지 않을까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해봤습니다

영상은 사진처럼 소비되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평소엔 폴더 안에 조용히 잠들어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열립니다.

결혼기념일에 한 번. 부모님 생신에 온 가족이 모였을 때 한 번. 아이가 "엄마 아빠 결혼식 때 어땠어?" 하고 물었을 때 한 번. 그리고 그날 영상 속에 계시던 부모님 한 분이 더 이상 곁에 안 계실 때, 그때는 정말 여러 번 열립니다.

안 보는 게 아니라, 볼 때가 아직 안 온 겁니다.

또 하나는 결혼 준비 시점에는 영상의 가치가 잘 안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사진은 쓸 데가 명확합니다. 청첩장, 프로필, 액자, 부모님 카톡 프사. 영상은 어디에 쓰는지 딱 떠오르지 않죠.

그리고 하나 더, 요즘 너무 높아진 결혼 비용입니다.

결혼 준비를 하다 보면 우선적으로 들어가야 할 비용이 많습니다. 예식장, 스드메, 신혼여행까지 맞추다 보면 예산은 이미 빠듯해집니다. 그러다 마지막에 남는 항목이 영상입니다. 빠듯한 예산에서 가장 먼저 빠지는 게 영상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입니다.

세 이유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전부 '지금 기준'의 판단이라는 것. 그런데 영상의 값어치는 지금이 아니라 한참 뒤에 정산됩니다. 이 계산이 자꾸 어긋나는 이유도 거기 있는 것 같습니다.

AI를 탓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AI로 옛 사진을 되살리는 걸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할머니 세대에겐 사진 한 장도 귀했습니다. 부모님 결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앨범은 있는데 영상은 없습니다. 그때는 영상으로 남긴다는 선택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남은 건 빛바랜 몇 장뿐이고, 우리는 그 몇 장을 들여다보며 나머지를 상상해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AI가 그 빈칸을 조금이나마 채워주는 기술이 되어, 그건 감사한 일입니다. AI 기술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다정한 선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하나는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AI가 만든 움직임은 생성된 것이지, 실제로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생성된 미소는 그날 실제로 지은 미소가 아닙니다. 눈 깜빡임도 잘 만들어진 추측이고, 통계적으로 그럴듯한 근사치입니다.

반면 영상에 담긴 건 전부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어색한 침묵도, 갈라진 목소리도, 예정에 없던 눈물도, 하객석에서 터진 웃음도요.

이미 지나간 것과, 아직 오지 않은 것

부모님의 젊은 시절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그건 이미 지나갔습니다. 그러니 영상으로 보고싶다면 AI의 힘이라도 빌리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다가올 여러분의 결혼식은 다릅니다.

결혼식은 날짜가 정해져 있고, 시간이 정해져 있고, 누가 올지도 알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예고된 순간은 거의 없습니다.

지금이라면 우리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여러분의 결혼식을 AI로 복원해야 할 순간으로 남길지, 처음부터 영상 기록으로 남길지를요.

30년 뒤에 여러분의 아이가 결혼사진 한 장을 AI에 넣으면서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엄마 아빠 결혼식 날, 아빠 표정 어땠어?

그때 그 아이에게 돌아가는 것이 생성된 추측일지, 아니면 그날 실제로 울렸던 목소리일지는, 오늘 여러분이 결정합니다.

본식영상, 가장 다시 볼 수 없는 날인데 가장 많이 생략되고 있습니다

사진을 움직이게 하고 싶다는 그 마음. 저는 그게 이미 답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언젠가 AI에게 부탁하게 될 그 일을, 여러분의 결혼식날 영상 카메라에게 미리 부탁해두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오피니언#본식영상#AI#웨딩영상#구글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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