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생활에서 가끔 가볍게 사용하는 영상 카메라가 DJI 포켓 3(Osmo Pocket 3)였습니다. 오늘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마침 타임라인에 후속작인 포켓 4와 포켓 4 프로(Pro) 리뷰 영상들이 떡하니 올라와 있더군요. 신제품 소식만 뜨면 피드가 온통 카메라 이야기로 도배되는 걸 보면, 역시 알고리즘이 저를 영상쟁이로 아주 강하게 인정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3축 짐벌 성능, 센서 크기, D-Log2 지원 여부 같은 화려한 스펙들이 줄줄이 나열되는데요. 정작 저희 같은 웨딩 영상 촬영자가 실제로 눈여겨봐야 할 항목은 몇 개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장비 소식이 들려올 때, 웨딩 영상 촬영자 입장에서는 무엇을 먼저 챙겨봐야 할까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짚어본 3가지 기준입니다.
예식 중 조명은 저희가 임의로 손댈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촛불 하나에 의존하는 어두운 컨벤션홀이나, 조명이 거의 없는 예식 환경이 수시로 펼쳐지죠. 이런 상황에서 감도(ISO)를 올렸을 때 노이즈를 얼마나 잘 억제하면서 신랑 신부의 피부톤을 무너뜨리지 않는지가 관건입니다.
저희가 본식에서 주로 사용하는 카메라는 소니 A7S3입니다. 소싯적 '세상에서 가장 밝은 카메라'로 불렸던 A7 라인업 중에서도 감도(Sensitivity)를 책임지는 기종으로, 어두운 환경에서도 가장 맑은 영상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가끔 예식 중 부모님 감사 영상이 상영되는 순간이 있는데요. 조명이 싹 꺼지다 보니 아무것도 담기지 않아 카메라를 내리거나 아예 꺼버리시는 작가님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저희 카메라는 그 순간에도 ISO를 12800까지 올리고 조리개를 최대 개방해 단 한 장면도 손실 없이 담아냅니다. 부모님께서 영상을 보시며 눈물을 훔치시는 모습,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모두 잡아내죠. 이런 귀한 순간을 놓치는 건 영상쟁이로서 너무 아쉬운 일이니까요.
옆 작가님들의 카메라는 꺼져 있어도, 저희 카메라는 묵묵히 다 담아내고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전문적으로 예식 영상을 촬영하실 계획이라면, 화려한 홍보 문구보다 초고감도 저조도 성능을 가장 먼저 확인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카메라 내부의 영상 처리 속도가 예전보다 훨씬 빨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4K 고해상도와 60p 이상의 고프레임레이트로 20~30분 넘게 연속 녹화를 진행하면, 여전히 발열 문제가 발목을 잡곤 합니다.
특히 여름철 야외 예식이거나, 겨울이라도 실내 히터가 빵빵하게 돌아가는 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발열 발생 → 카메라 에러로 종료 → 해당 구간 촬영본 증발이라는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혼식은 NG도, 재촬영도 없습니다. 이 중요한 순서를 한 번이라도 놓치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상황 ㅠ.ㅠ
그래서 신제품 리뷰가 올라오면 제조사의 스펙표보다 실사용자들의 '연속 녹화 중 발열 셧다운 사례'부터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현장에서 방심하다간 피눈물을 흘릴 수 있으니, 이 녹화 안정성만큼은 꼭 꼼꼼히 살피시길 바랍니다.
저희가 스펙표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딱 하나입니다. 4:2:2 10비트(bit) 4K 60p를 논크롭(no-crop)으로 지원하느냐. 같은 "4K 지원"이라도 30p까지만 되면 슬로우모션을 못 만들고, 크롭 모드로만 동작하면 최대 화각을 포기해야 하거든요.
화각이 왜 중요하냐면, 신부대기실은 하객까지 들어차면 뒤로 물러설 공간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크롭이 걸리는 순간 가진 풀프레임 렌즈로도 신부님과 가족분들을 한 프레임에 못 담게 되고, 결국 렌즈를 하나 더 사야 하는 문제로 번집니다. 10비트도 마찬가지라, 8비트로만 기록되는 기종은 보정 과정에서 계조가 뭉개져 기존 촬영본과 나란히 붙였을 때 눈에 띄게 겉돕니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입니다. 이 카메라가 아무것도 바꾸지 않은 채 내 워크플로우 안에서 그대로 굴러가느냐. 렌즈군에 그대로 물리는지, 배터리와 미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지, 편집실에서 기존 촬영본과 한 타임라인에 올렸을 때 색이 자연스럽게 섞이는지까지요. 하나라도 어긋나면 카메라 한 대가 아니라 장비와 편집 파이프라인 전체를 함께 바꾸는 일이 되는 대목입니다.
물론 요즘 출시되는 카메라들의 성능은 이미 눈부시게 상향 평준화되어 있습니다. 오토포커스(AF)의 추적 성능이나 다이나믹 레인지(DR) 같은 항목은 웬만해서는 충분히 훌륭한 수준으로 나와 주고 있죠.
하지만 본식 영상 촬영을 메인으로 하신다면, 지름신의 강렬한 유혹이 찾아올 때 딱 세 가지 질문으로 스스로를 통제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첫째, 어두운 상황에서도 담을 수 있는가?
둘째, 발열에 안정성을 유지하는가?
셋째, 내 워크플로우에 녹아드는가?
이 세 가지 기준에 미달한다면, 조용히 장바구니를 비우고 통장 잔고의 평화를 지켜내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
여러분은 새로운 카메라 소식이 뜰 때 어떤 순서로 스펙 시트를 확인하시는지요?
모쪼록 이번 글이 쏟아지는 신제품 소식 속에서 장비를 고르시는 데 자그마한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