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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피니언] 웨딩 영상에 유행 효과를 넣지 않는 이유

류필름
류필름
07.29 00:35 · 조회 170

편집에도 유행이 있습니다. 어느 해에는 화면이 빠르게 번쩍이는 편집이 유행하고, 다음 해에는 특정 색감이 유행합니다. 저희는 이런 효과를 웨딩 영상에 잘 넣지 않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결혼식 영상은 오래 보는 영상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영상은 만들어진 시점에 소비되고 끝납니다. 광고도, 유튜브 영상도 그렇습니다. 그런 영상에서는 지금 눈에 띄는 것이 곧 잘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웨딩 영상은 다릅니다. 결혼 1주년에 보고, 아이가 태어나면 보여주고, 10년 뒤 부모님과 다시 봅니다. 볼 때마다 그 영상은 만들어진 시점에서 점점 멀어집니다.

[오피니언] 웨딩 영상에 유행 효과를 넣지 않는 이유
※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문제는 유행 효과가 시간을 아주 정확하게 기록한다는 점입니다. 몇 년 지난 영상을 보면 화면 전환 하나만으로 "아, 저때 저런 편집이 유행했지"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 순간 시선은 신랑신부님이 아니라 편집 기술로 옮겨갑니다. 영상이 담고 있던 감정보다 영상의 나이가 먼저 보이는 것입니다.

반대로 아무 효과 없이 장면과 장면을 이어붙인 편집은 시간이 지나도 크게 늙지 않습니다. 40년 전 필름 영상이 지금 봐도 담담하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기술이 개입한 부분이 적을수록 남는 것은 그날의 표정과 목소리뿐입니다.

물론 저희도 감성 스타일이 필요할때는 의도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건너뛰는 구간의 디졸브, 감정이 고조되는 구간의 느린 화면처럼 흐름을 위해 쓰는 것들입니다. 기준은 단순합니다. 그 효과가 없으면 이야기가 전달되지 않을 때만 씁니다. 있으면 더 화려해지는 정도라면 넣지 않습니다.

편집본을 처음 보실 때 화려한 트랜지션이나 효과 없이, 컷 위주로 장면이 흘러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건 의도한 것입니다. 몇 년 뒤에 다시 보실 때 그 선택이 맞았다고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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