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쯤 전 이야기입니다. 그때도 저는 웨딩 영상을 4K로 촬영하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사진과 영상을 함께 하시던 한 대표님께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왜 굳이 4K로 찍으세요?”
궁금해서 물으신다기보다는 살짝 꾸짖는 쪽에 가까운 말투였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4K가 좋아서요.”
지금 돌아봐도 참 순수한 대답이었습니다. 더 그럴듯한 논리를 갖다 붙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때는 그 말밖에 안 나오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질문에는 사연이 있었습니다. 신랑신부님들께서 그 대표님께 "류필름은 4K로 해주던데 여기는 왜 안 해주시나요?" 하고 물어보시는 일이 생겼던 겁니다. 그래서 저에게 확인하듯 몇 가지를 더 물어보셨습니다. 촬영만 4K인 건지, 편집도 4K로 하는지, 납품까지 정말 4K로 나가는 게 맞는지를 꽤 꼼꼼히 확인하셨고요. 그러고는 마지막에 이런 말씀까지 하셨습니다.
“4K, 그냥 안 하시면 안 될까요?”
지금 돌아보면 그럴 만도 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이야 손에 든 휴대폰으로도 4K는 기본이고 8K까지 찍히는 세상이지만, 그때만 해도 일반 컨슈머 카메라로 4K를 다룬다는 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거든요. 4K로는 슬로우모션 촬영이 어려웠고, 파일이 워낙 무거워서 컴퓨터에서 편집을 돌리는 것조차 버거웠던 시절이었습니다. 업계 전체가 아직 FHD를 표준으로 두고 있던 때에 혼자 4K를 들고 다녔으니, 옆에서 보시기엔 판을 흔드는 것처럼 느껴지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제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4K가 좋은데, 신랑신부님께서 4K를 마다하실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좋은 걸 드리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그 4K라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숫자로 편하게 풀어드려 볼까 합니다.
4K라는 건 어렵게 말하면 해상도 규격이고, 쉽게 말하면 화면을 이루는 점(픽셀)이 몇 개나 되느냐의 문제입니다. 점이 촘촘할수록 화면이 선명해지는 원리이지요.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가로가 1920에서 3840으로 2배, 세로가 1080에서 2160으로 역시 2배입니다. 그런데 화면은 평면이니 실제로 담기는 점의 개수는 가로와 세로를 곱해야 나옵니다.
그러니까 4K는 FHD보다 정확히 네 배 많은 점으로 그려진 화면인 셈입니다. "가로 2배, 세로 2배니까 넓이로는 2 × 2 = 4배"라고 이해하시면 딱 맞습니다.
| 규격 | 가로 × 세로 | 전체 픽셀 수 |
|---|---|---|
| FHD | 1920 × 1080 | 약 207만 개 |
| 4K (UHD) | 3840 × 2160 | 약 829만 개 (4배) |
여기서부터가 영상인에게 진짜 중요한 대목입니다.
점이 네 배 많다는 건, 뒤집어 말하면 화면을 절반만 잘라 써도 여전히 FHD 한 장이 통째로 남는다는 뜻입니다. 가로 절반, 세로 절반이면 1920 × 1080이니 정확히 FHD 규격이 되니까요.
이걸 편집자 입장에서 표현하면 이렇게 됩니다. FHD를 기준으로 보면, 4K로 찍어둔 화면은 이론적으로 200%까지 확대해도 FHD 화질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후반 작업에서 이 여유가 생각보다 큽니다. 화면을 조금 당겨서 인물을 강조하고 싶을 때, 구도를 다시 잡고 싶을 때, 세로 영상을 위해 프레임을 다시 잘라내야 할 때. 4K 원본이 있으면 이 모든 작업을 화질 손해 없이 해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FHD로만 찍어두면 조금만 당겨도 화면이 뭉개지기 시작하니, 손댈 수 있는 여지가 확 줄어듭니다.
결국 4K로 촬영한다는 건 단순히 "선명하게 찍는다"를 넘어서, 작품을 만들 여지를 넉넉히 확보해 두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류필름은 현재 모든 구성을 4K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쯤 말씀드리면 가끔 이런 질문을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렇게 선명하게 찍으면, 피부 트러블 같은 것도 다 보이지 않나요?”
충분히 걱정되실 만한 부분이고, 저희도 편집 작업에서 늘 신경 쓰는 지점입니다. 다만 이 이야기를 여기서 이어가면 글이 꽤 길어질 것 같아, "피부과 안 다니길 잘했어요" 신부님께 받은 가장 뿌듯한 후기 글에서 따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결론만 먼저 말씀드리면, 한 컷 한 장면마다 정교한 피부 보정이 들어가니 안심하셔도 좋겠습니다 :-)
8년 전 그 대표님께는 "4K가 좋아서요"라는 한마디밖에 못 드렸는데, 오늘에서야 조금 길게 답을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화질과 피부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때까지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물어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