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랑신부님들과 상담하다 보면 가끔 "류필름 영상은 어떻게 그렇게 화질이 좋아요?" 하는 질문을 받습니다. 사실 이건 현장에서 찍는 순간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걸 편집하고 색보정하는 후반 작업에서 더 좋은 영상을 뽑아내려면 장비가 받쳐줘야 하는 문제거든요.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최근 소니에서 새 카메라 하나가 나왔는데, 이게 저희 같은 웨딩 촬영팀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라 짧게 소개드려 볼까 합니다.

지난 7월 22일, 소니가 "FX5"라는 새 영상 전문 카메라를 정식으로 내놨습니다. 가격은 5,499.99달러, 원화로 800만 원대 초반쯤 됩니다. 영화 촬영장에서 쓰는 진짜 프로용 장비에 비하면야 비싼 편은 아니지만, 웨딩 촬영 현장 기준으로는 절대 만만한 가격이 아닙니다. 여기에 렌즈까지 붙이면 천만 원이 훌쩍 넘어가고요, 게다가 웨딩 촬영은 카메라 한 대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보통 2대, 많게는 4대까지 동시에 굴려야 하니 장비 하나 바꾸는 결정이 저희한텐 꽤 묵직합니다.
이 카메라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밝기 차이가 심한 상황에서도 디테일을 잘 살려주는 능력이 훨씬 좋아졌다는 점입니다. 본식장이라는 공간이 은근히 까다로운 게, 조명이 워낙 세게 들어와서 신부님 드레스나 배경의 밝은 부분이 하얗게 날아가버리는(하이라이트가 날아간다고 표현합니다)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신부대기실은 오히려 조명이 무난해서 이런 문제가 덜한 편이고요. 그리고 야외로 나가면 또 햇빛 방향이나 그림자 때문에 노출값을 계속 바꿔줘야 합니다. 이렇게 장소마다 빛 다루는 난이도가 다 다른데, FX5는 이런 극과 극인 밝기 환경에서도 계조(밝은 곳부터 어두운 곳까지 디테일이 살아있는 폭)를 훨씬 넓게 잡아준다고 합니다.
다른 하나는 "오픈 게이트" 촬영을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오픈 게이트란 카메라 센서가 담을 수 있는 화면 전체를 위아래로 꽉 채워서 찍는 방식을 말하는데요, 쉽게 말하면 위아래로 좀 더 넓게 찍히는 거라, 그만큼 세로로 잘라 쓸 수 있는 여유분이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예전엔 가로로만 찍은 영상을 억지로 잘라서 세로(릴스·숏폼용)로 만들다 보니 화면이 답답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FX5는 이 부분에서 조금 더 유리해진 셈입니다. 극적으로 확 달라지는 건 아니고, FX5가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준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효과는 있는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본식 영상용 16:9 · 4992×2808
릴스·숏폼용 9:16 · 1872×3328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는데, 높은 화질과 프레임수로 촬영을 하려면 저장 매체로 "CFexpress Type A"라는 전용 카드를 주로 씁니다. 일반 SD카드보다 데이터를 훨씬 빠르게 쓸 수 있어서 고화질 영상을 버벅임 없이 바로 저장하는 데는 유리한데, 그만큼 카드 값이 비쌉니다. 저희도 이 카드를 몇 장 갖고 있는데, 솔직히 살 때마다 지갑이 좀 아픕니다;; 이렇게 카메라 값에 카드 값까지 얹으면 지출이 만만치 않은데, 문제는 이렇게 큰맘 먹고 장비를 새로 들여도 티가 잘 안 난다는 겁니다. 겉모습이 저희가 지금 쓰던 카메라와 꽤 비슷하게 생겼거든요.
그렇다고 신랑신부님이 "어? 이번에 새로나온 FX5 네요?" 하고 알아봐 주실 리도 없습니다. 결국 새 카메라 산 티는 저희끼리만 내고, 저희끼리만 뿌듯해하는 걸로 끝날 것 같습니다 :-)
아무튼 정리하자면, FX5는 밝기 차이가 큰 예식장 환경에서 자연스러운 영상을 뽑고, 그걸 결혼식 영상뿐 아니라 짧은 영상으로도 편하게 활용하고 싶은 저희 같은 웨딩 촬영팀에게 딱 맞는 카메라로 보입니다. 아직 저희가 직접 현장에서 써본 건 아니라서 실제 체감이 어느 정도일지는 조심스럽지만, 조만간 대여라도 해서 확인해 보고 후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좋은 장비가 나온다는 건 결국 신랑신부님이 받아보실 영상 한 편이 그만큼 더 좋아진다는 뜻이니, 저희로선 늘 반가운 소식입니다.